안녕하세요.
최근에 구병모 작가님의 책 파과를 끝냈습니다.
신선한 여성 서사를 즐기고 싶다면 꼭 읽어봐야 한다는 평을 많이 봤고, 또 구병모 작가님의 아가미도 재미있게 읽어서 시작했습니다.
정말 재밌어서 하루 만에 다 읽었습니다 ㅎㅎ...
정말 짤막하게 줄거리를 설명해보자면, 60대의 여성 청부살인업자 '조각'의 이야기를 담은 내용입니다. 40년째 이 일에 몸을 담그고 있었지만, 점점 쇠약해지는 몸, 느려지는 반응속도 그리고 예전 같지 않은 몸을 느끼면서 심정의 변화도 일어나게 됩니다.
출판사 서평에는 이렇게 나와있습니다:
짧은 시간 빛나다 사라질 살아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뜨거운 찬사
그녀의 이름은 조각(爪角). 한때 ‘손톱’으로 불리던 그녀는 40여 년간 청부 살인을 업으로 삼으며, 날카롭고 빈틈없는 깔끔한 마무리로 ‘방역 작업’을 처리해왔다. 하지만 몸도 기억도 예전 같지 않게 삐걱거리면서 이제는 퇴물 취급을 받는다. 한편 노화와 쇠잔의 과정을 겪으며, 지켜야 할 건 만들지 말자고 평생을 되뇌어온 조각의 마음속에 어느새 지키고 싶은 것들이 하나둘 생겨난다. 버려진 늙은 개를 데려다 키우는가 하면, 청부 살인 의뢰인의 눈에서 슬픔과 공허를 발견한다. 삶의 희로애락을 외면하고 살아온 조각의 눈에 ‘타인’의 고통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살아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연민으로 조각의 마음에 온기가 스며든다.
정말 좋았던 점은 신선한 소재와 문체였습니다. 호흡이 긴 편이었지만 물 흐르듯이 읽혔고, 또 오로지 주인공 조각에 집중해 쓰인 작품이라고 느껴졌습니다. 한 소녀의 삶이 어떤 연유로 바뀌게 되었는지, 왜 이러한 성격의 소유자인지 납득이 가고, 점점 나이를 먹어가며 변화해가는 모습이 생생하게 느껴졌습니다. 이러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접한 적은 처음이라고 느껴져서 더욱 새로웠습니다. 절제된 감정선도 조각의 성격을 잘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책을 끝낸 후에도 계속 곱씹게 되었습니다.
파과를 읽는 도중에는 제가 노인의 입장을 한 번도 고려해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제가 무의식적으로 차별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에이지즘'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나이를 먹으면 둔해지고, 무식해진다는 그러한 편견이 많은데, 파과를 읽고 혹여나 제가 이러한 편협적인 생각을 평소에 하진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삶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하게 되는 작품이였습니다. 물론 정답은 없지만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살아야 할지, 또 나이 들어야 할지 찬찬히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사라지는 것들을 받아들이며, 마음 한편에 두고두고 줄 정을 두고 살아가야겠습니다.
좋았던 부분들 발췌:
"버릇없어 보이지만 순수하게 기뻐할 줄 알고,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하고 감정을 드러내는 그 아이가 부럽다고 생각하며."
"사라진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이 농익은 과일이나 밤하늘에 쏘아올린 불꽃처럼 부서져 사라지기 때문에 유달리 빛나는 순간을 한 번쯤은 갖게 되는지도 모른다."
"지금이야말로 주어진 모든 상실을 살아야 할 때."
지켜야 할 것을 만들지 말라는 어릴때의 조각과 달리, 노년의 조각은 삶이란 지켜야 할 것을 만들고, 그런 것들이 사라지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배워갔던 것 같습니다. 감정을 절제해야했던 본인에게 솔직해진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 주어진 모든 상실을 살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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